[Exhibition: 생미래] 앤트러사이트 서교

image(시각 언어)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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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未來 (생미래) 포스터

2023.06.13 - 2023.07.12

생미래 프롤로그

[음식점 안]

수화기 벨은 쉴 새 없이 울리고, 끊임없이 눌리는 테이블 호출 벨 버튼. 말벌의 바쁜 날갯짓처럼 웅성대는 각자의 이야기. 마치 이 건물 안은 지진이 다가오기 전 진동과 같은 소음으로 가득하다. 이 소음 속에서 맞은편 비어 있는 술잔을 따르며 말했다.

“이 대리, 정말 고생했어. 아니 어떻게 그 어려운 건을 따낸 거야? 이봐봐, 내가 항상 된다고 했잖아. 아주 자랑이야 자랑.”

직속 상사인 박 차장은 이미 술에 잔뜩 취해 흥분하며 데시벨이 높은 목소리로 외쳤다. 이 대리는 미간을 찌푸리다 박 과장이 바라보는 순간, 다소 수줍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아이고 아닙니다… 이게 다 차장님 덕분이죠 뭐.” 민 과장이 이어 말했다.

“에이 다 팀원들이 잘해준 덕분이죠. 맞지 이 대리? 무슨 이 대리가 다 해낸 것처럼.”

민 과장이 뱀같이 작은 눈으로 흘깃 비추며 기다린다는 듯이 이 대리를 쳐다보았다. 이 대리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뒤이어 대답했다.

“네, 다 모두들 덕분이죠. 운이 좋았습니다.”

민 과장은 대답을 듣고 흡족한 듯 쥐고 있던 술잔을 들이켰다. 회식 자리는 오고 가는 덕담 혹은 속물적인 대화 속에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었고 박 차장은 파편처럼 퍼져 있던 대화들을 곧이어 한 곳으로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박 과장은 넥타이를 풀고 와이셔츠 단추를 두 개나 풀어헤친 채로 소주병에 숟가락을 꽂아 술에 취한 돼지의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이야 우리 이 대리 겸손하기까지 하고, 자 다들 그건 그렇고 우리 이제 앞으로 크게 크게 가보자고, 쓰읍- 아이고 실수.”

박 차장은 큰 소리로 입을 벌리다 침을 흘려 급히 닦아냈다. 그러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천연덕스럽게 다시 건배사를 이어갔다.

“자,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고 내일은 다들 주말이니까 실컷 마시자고. 자, 건배하자. 건배!”

박 차장의 건배사에 뒤이어 다 같이 “일동 건배-” 외치며 잔을 부딪혔다. 그날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회식 자리였고 노동, 그 사이 자유 안팎에서 많은 이야기와 술잔들이 오고 갔다. 살금살금 귀를 간지럽히는 반복되는 시계 소리와 함께 오랜 시간이 흘러 어느덧 가게 문을 닫을 모래가 차올랐다. 그렇게 한바탕 회식 자리가 끝나고 모두들 한쪽 팔에 정장 외투를 걸친 후 상기된 웨이터처럼 붉은 얼굴로 삐딱거리며 가게 밖을 나왔다. 걸어 나온 거리는 어수선했던 가게 안과 별다를 바 없이 공장에서 찍어낸 피규어마냥 비스무리한 복장에 술에 취해 있는 사원들과 형형색색의 촌스러운 간판들, 요란스럽게 경적을 울리는 차 소리로 가득했다. 박 차장이 담배를 물며 얼버무리는 발음새로 말했다.

“뇌가.. 내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씁 뇌가.. 내가 이 대리 애초부터 눈여겨본 거 알지? 하나 제대로 터뜨릴 줄 알았다니까 이야.. 후아..”

이 대리는 또다시 미간을 찌푸리다 박 과장이 얼굴을 돌리는 순간,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공손히 모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과장님이 다 도와주신 덕분이죠. 무슨 별말씀을.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박 차장은 흡족하다는 표정을 짓곤 계속해서 담배를 태웠다. 박 차장은 취한 채로 담배를 입에 문 채 갑자기 자신의 왼쪽 팔뚝을 힘껏 내리쳤다.

“요즘 날이 풀리더니 벌레가 이렇게 많아. 아유 간지러워 죽겠네.” 곧이어 담배를 전부 태운 후엔 근처에 있는 택시 정류장으로 향했다.

[택시 정류장]

“-예, 차장님 들어가세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네 들어가서 푹 주무세요. 좋은 주말 보내시고요.”

“-그래 월요일날 보자고 얼른 들어가.”

모두가 서로 귀가 인사를 마친 후 누구는 택시를, 누구는 버스를 타고 각자 갈 길로 향했다. 모두가 떠나고 이 대리와 이 대리의 부사수인 신 사원만이 남아 있었다.

“신 사원. 우린 담배 한 대 피우고 가죠.” 이 대리가 말했다.

“아 라이터를 두고 왔네. 신 사원 라이터 좀.” 신 사원이 곧이어 대답했다.

“대리님 죄송하지만 전 담배를 안 피워서.”

“아 맞다. 신 사원은 담배 안 피웠지. 그럼 잠시만.”

이 대리는 맞은편 전봇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긴 생머리의 정장을 입은 여성에게 종종걸음으로 다가가 라이터를 물었다. 뒤이어 여성은 무표정으로 이 대리에게 라이터를 건네주었고 담뱃불을 붙인 후, 이 대리는 가식적인 밝은 미소와 함께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건넨 후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담배를 크게 빨아들이고 한숨 섞인 듯 연기를 내뱉으며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하, 과장 차장 저거 저놈들 새끼 때문에 스트레스 받네. 후아.. 시발. 차장은 무능력한 버러지 새끼에다가 민 과장 그 새끼는 평소에는 줄줄이 욕지거리나 하더니 아주 술도 마셨겠다 다들 개염병을 한다 염병을.”

이 대리의 미간이 더욱 깊게 짙어지는 순간이었다. 이 대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봇물 터지듯 불만을 토해냈고 신 사원은 때가 탄 흰 꽃이 그려진 안경 닦이로 뿌옇게 바랜 은테 안경을 닦으며 무덤덤하게 듣고 있었다. 그러곤 대답했다.

“사람이 원래 다 그러잖아요. 한두 번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려니 해야죠. 뭐, 그나저나 오늘 참 많이 마셨네요. 그렇죠?”

이 대리는 신 사원의 시시한 대답에 흥미를 잃었다는 듯이 몽땅 담배를 던진 후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래요. 그러려니 해야죠. 신 사원도 얼른 들어가서 푹 쉬어요.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오늘 즐거웠어요.”

“네 고생하셨어요. 대리님도 좋은 주말 보내시고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신 사원도 이 대리에게 마지막 인사말을 전한 후 각자 귀갓길로 향했다.

[지하철 막차]

출근길 지하철보다 확연히 적막이 흐른다. 자리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한산하지만 몇몇 앉아 있는 이들을 관찰하고 있자면 은은하게 퍼지는 알코올 냄새와 천장을 바라보며 침을 질질 흘리며 졸고 있는 사람들. 갈대라도 된 듯이 지하철과 함께 흔들흔들거리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우스운 모습일 것이다. 누군가는 어눌한 발음으로 서로 두서없는 대화를 나누고, 기이한 혼잣말을 하기도 한다. 그 사이 정상적인 몰골로 영혼이 나간 채 스마트폰을 바라보거나 누군가는 정적을 자극하는 구두 굽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흘깃흘깃 변태스러운 눈동자로 훔쳐본다. 막차의 지하철은 아침에는 볼 수 없는 적막과 한없이 본능스러웠으며 승객 한 명 한 명이 붉은 다이너마이트가 되어 무슨 일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아스라운 광경이다. 물론 위험한 긴장감은 덤으로 말이다. 어두컴컴한 지하철 창 속에 선명한 흰 점들은 지하철의 속도와 비례해 혜성처럼 순식간에 지나갔고 반복해서 지나가는 흰 점을 별거 없는 재미에 나사가 빠진 채로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 있던 흰 점들은 서서히 빠른 속도로 비례하더니 곧이어 흰 선이 되었고 그곳을 바라보던 떨리는 검은 눈동자에 선명하게 비추어지기 시작했다.

[어딘가 멀지 않은]

(쉬이익- 먼지가 가득한 거센 모래바람 소리)

술기운에 취해 눈을 감은 순간, 찌든 술내가 펄펄 나던 취기는 온데간데 사라진 채 쾌쾌한 냄새와 함께 모래 먼지들이 눈앞을 가로막았고 입을 벌리면 순식간에 고운 모래 가루들이 입속으로 들어갈 것만 같았다. 물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지만 말이다. 곧이어 거센 모래바람이 서서히 걷히더니 눈앞에는 가지런한 선 하나가 그어져 있었다. 두 세상으로 갈라진 듯 무한한 지평선. 그 선은 위대한 자연의 아름다움보다는 반대로 위대하리만큼 절망스러운 허망의 지평선이었다.

그 땅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목젖이 타들어가 버릴 것만 같은 노오란 땅만이 비참한 하늘을 지탱하고 있었다. 몸뚱어리가 없다는 것이 이런 감각일까. 오로지 시선만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직접적인 떨림은 없지만 육체의 기억 속 공포는 몸체가 짓눌려 모든 팔다리들을 바르르 떠는 안타까운 표현과 후회감. 곧 죽기 직전의 그리마처럼 깊숙한 내면을 바르르 벌벌 떨게 만들었다. 그러하나 이도 저도 못한 채 무기력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아무 생각 없이 멍청해진 눈으로 터널 속 창가를 바라보던 것처럼 말이다. 이 느낌은 마치 초라한 자신에게서 느껴지는 온전한 소름 같은 것이었다. 생명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며, 아니 들릴 게 없을 정도로 고요했으며 눈이 부실 수 없는 광활한 그늘이었다. 정수리 위에는 가늠하지 못할 정도의 길이의 거대한 막대들이 쏟아질 듯하게 기울어져 멈춰 있었다. 그 끝은 바다를 보며 어디까지 펼쳐져 있을까 같은 바보 같은 예측이었다.

맞아 있었다! 정신은 없었지만, 그것을 분명 보았다. 그 허망한 하늘 아래 생명체가 있었다! 어딘가를 향해 기어다니는..

[지하철 어느 역]

(끼이이익..)

지하철이 멈추는 소리와 함께 회사에 지각한 신입사원마냥 부릅 눈을 떴다. 주변도 둘러보지 못한 어지러움 속에서 찌든 술내는 다시금 온몸으로 올라오기 시작해 코끝과 혀끝을 자극했다.

“이번 역은 [-], [-]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This stop is [-], [-]. The doors are on your [right]. まもなく….”

“으웁”

지하철 안내 음성이 퍼짐과 동시에 헛구역질을 하며 본능적으로 다급하게 양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얼굴에는 피가 쏠리고 목과 손등에는 핏줄과 알코올에 반응한 붉은 반점들이 선명하게 머물러 있었다. 주위 공기는 감당하기 힘든 알코올 냄새가 진동했으며 힘차게 흔들며 달려오던 마지막 지하철 속에서 목젖까지 올라와 당장이라도 구토를 할 것만 같았다. 공기가스가 새는 듯한 소리와 함께 지하철 문이 열리며 무슨 역인지도 모른 채 다급히 뛰쳐나가 지하철 공중화장실로 향해 달려갔다. 아니 역마다 흔히 배치되어 있는 자판기 옆 쓰레기통이라도 간절히 갈구했다. 당장이라도 입 밖으로 쏟아져 버릴 것 같은 구토를 막기 위해.